할로겐족 원소는 주기율표 상에서 7족 원소를 말한다. 이들은 보통 수용액에서 1가 음이온의 형태로 존재하거나 2개의 원소가 결합해 단원자 분자를 이루거나, 혹은 수소를 포함한 화합물에서 수소 대신 치환되어 존재한다. 자연에서 꽤 흔하게 존재하는데 플루오르, 염소, 브롬이 대표적인 할로겐족 원소이다. 이 중에서 염소(Cl)는 생물체에 특히나 중요한 원소로 여겨진다. 생명체의 건조 중량의 0.5%를 차지한다는 사실에서도 이 중요성을 엿볼 수 있는데, 다양한 공동수송 펌프, 위산, 이온 밸런스 유지, 일부 분자 등 염소의 손길(?)이 뻗치지 않은 곳을 체내에서 찾기 힘들 정도다.
한편 자연에 존재하는 할로겐 화합물은 다음과 같은 세 개의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AOX: adsorbable organic halogens
친수성(hydrophilic) 화합물로 물에 녹는다. 대부분의 할로겐 화합물(유기, 무기)이 여기에 속한다.
EOX: extractable organic halogens
소수성(hydrophobic) 화합물로 유기용매에 녹는다. DDT, PCB와 같은 일부 유기 할로겐 화합물이 속한다.
POX: purgable organic halogens
실온에서 기화하기 쉬운(volatile) 화합물이다. Chloroform과 같은 작고 가벼운 할로겐 화합물이 속한다.
단순히 유기 화합물이냐 무기 화합물이냐에 따라서도 할로겐 화합물을 분류할 수 있는데,
TOX: total organic halogen
TX: total halogen(organic+inorganic)
이렇게도 구분해서 표시할 수 있다. TIX가 없는 것은 아마 inorganic halogen의 대부분이 Cl- 이온이라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나머지 무기 할로겐 화합물은 적거나 불안정한 것이 대부분인 듯하다. 유기 할로겐의 경우 사람이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것들이 대부분인데, 정말정말 엄청나게 많다. 수업 중에 들은 것에 의하면 20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 중의 상당수는 분해가 잘 되지 않아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를테면 '침묵의 봄'에서 악역을 맡았던 DDT와 같은 것들이다. 굉장히 안정적이어서 생물체에 흡수되고 나서 분해되지 않고 생물 축적(bioaccumulation)을 일으키며 온갖 부작용을 일으켰던 그 물질말이다. 질병생물학 시간에도 할로겐 원소를 포함한 약품들이 효과는 정말 좋지만 몸속에서 제거가 되지 않아서 독성 또한 강하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생물체가 생성하는 유기 할로겐 물질은 거의 없어서 체내에 그런 것들을 분해하는 효소가 없다던가.
우리의 실험에서는 토양 속의 총 할로겐 분자 농도, TX를 측정했다. 이를 위해서는 AOX instrument를 이용했다. TX를 측정하는 데 왜 AOX를 구하는 기계를 이용하는가...한다면 이 이계가 토양 속에 있는 할로겐 화합물들을 모두 태워 이온 형태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이온 형태의 할로겐은 AOX이므로 이 기계를 이용해 TX를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이용한 기계는 실상 Cl의 농도만을 측정할 수 있는데, 자연계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할로겐이 Cl이라서 그런 것 같다. 할로겐 원소들 간의 존재 비율을 몰라서 확실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아마 그렇겠지...
잘 갈리고 건조된 흙을 용기에 극소량 덜어 이 기계에 넣으면 기계의 내부는 약 1000°C까지 올라가고 과량의 산소와 함께 흙은 완전 연소한다. 그 결과 대부분의 생성물로 물(H2O), 이산화탄소(CO2), 혹은 할로겐화수소(HX)가 얻어진다. 할로겐화수소는 2가 은 이온(Ag2+)과 만나 침전을 형성한다. 이 때 플루오르는 은 이온과 침전을 형성하지 않고(AgF는 수용성이고 AgF2는 거의 형성되지 않는다) 브롬은 염소에 비해서는 매우 소량이므로 대부분의 침전은 AgCl2이다. 침전이 생기면 수용액의 이온 농도가 변하므로 기계는 이를 통해 전기 전도도의 차이를 계산하고 Cl의 농도를 알려준다. 수업 때는 precipitate라는 말 대신 titration이라는 말을 썼는데 침전 형성도 적정의 한 종류니까 그렇게 표현한 것 같다. 아무래도 침전이라는 표현은 많은 양을 다룰 때 쓰기 적합하지.
사실 이렇게 얻어진 할로겐 농도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굉장히 제한된다. 전체 할로겐 양을 알아내도 전체 유기 할로겐 양을 모르면 이 흙이 유용한 염소 이온을 많이 함유하는지 아니면 유기물이며 유해한 살충제를 많이 함유하는지를 모르는 거다. 살충제와 같은 것들은 극소량으로 존재하므로 TX는 곧 염소 이온의 양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지만(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다) 살충제, 제초제 등의 합성 유기 화합물들의 농도를 알기 위해서는 TOX를 알아야 한다. TOX를 구하기 위해서는 inorganic form의 할로겐 화합물을 제거하는 단계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그를 위해 nitrate solution을 첨가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수업 시간에 안 다뤘으므로 모르겠다. 침전이라도 형성하는 건가? 여하튼 이 단계를 하나 거친 후에 같은 방법으로 흙을 기계 내에서 연소시킨 후 은 이온으로 적정하여 할로겐 농도를 알아낸다.
이곳저곳의 흙을 퍼서 체로 친 후 무게를 재고, 건조시키고 무게를 또 재고, 막대로 갈고 mg 단위로 흙을 옮겨 기계에 넣어 연소시키고 하는 실험 과정은 굉장히 흥미로웠고 재미있었지만(보통 한국 대학은 조교가 시료를 미리 준비하고 시간 내에 끝내버리지 않던가) 막상 우리가 얻어낸 TX 결과값으로 아무 것도 알아낼 수 없다는 걸 알고서는 조금 맥이 빠지긴 했다. 숲의 흙에서 가장 높은 수치가 나온 것으로 미루어보아 염소 이온이 많아서 숲의 흙이 좋습니다라고 결론을 내리고 싶지만 그게 맞는지 어떤지도 아직 모른다. 실험 수업이 학생 위주로 돌아가고 보고서도 함께 쓰고 하는 건 좋은데 가끔은 답을 던져줬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이 수업을 마치는 지금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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